내년 쯤이나 한번 찾아볼까 계획하고 있었는데
존경하는 P선생의 초대로 발걸음이 일찍 닿았습니다.
제주도의 긴꼬리딱새와 팔색조는 모두들 담고 싶어하는 새입니다.
제대로 담으려면 7월 안쪽으로 서둘러야 하는데 8월 하순은 시기적으로
많이 늦기에 큰 기대는 갖지 않기로 하고 편하게 찾았습니다.
긴꼬리딱새는 제주도의 맑고 푸른 바다와는 거리가 먼
어두운 숲에서 지내고 있더군요. 뱀과 강력한 산모기와
렌즈를 흐려놓는 습기찬 공기가 배회하는 어두운 물구덩이
연못에 가끔씩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러 나타납니다.
말 그대로 수컷이 검은 긴꼬리를 선녀의 옷자락처럼 나풀대며
하강할 것으로 꿈꿔왔지만 꿈은 깨지기 쉬워서 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듣자니까 네온칼라의 눈테와 인상적인 긴꼬리는
배우자에게서 선택받기 위한 일시적인 장치에 불과하답니다.
짝짓기와 육추가 끝나고 나면 머지않아 바다를 건너
남쪽으로 비행해야 하기에 거추장스런 장식깃은 다 떨어져나가고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던 눈테도 점점 폭이 줄어들어
특성이 한없이 약해진다고 합니다.
이틀에 걸쳐 두 차례의 촬영을 시도했지만 수컷은 파악이 안되더군요.
다만 암컷과 암수구분이 어려운 유조들만이 우리 동네 참새만큼이나
많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의 사진에 대한 태도는 대략 비협조...
무슨 목욕을 그리 컴컴한 곳에서 때도 씻지 않고 일 초 안에 끝내는지....
수컷들은 어디 갔는지 이 녀석들은 목욕도 안하는가 보다.
(나중에 알아보니 수컷들은 따로 무리지어 더 높은 한라산 줄기로
올라간답니다. 고얀 넘들.. ㅎ)
빛과의 싸움... 지칠만 했습니다만 동행했던 새친구님들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고마움을 간직하겠습니다.
부족한 솜씨지만 제주도의 긴꼬리딱새를 몇 마리 풀어놓습니다.
더운 여름의 끝자락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찾아주시는 분들께
기쁨을 드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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