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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새

수리부엉이

by 숲사랑 (Forestlover) 2009. 8. 1.

 

연일 폭염이로군요.

불쾌지수가 높다보니 예민해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사람이 때로는 대단한 것 같기도 하지만

매년 겪는 여름의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도 쩔쩔매고

영향받는 나약한 존재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전에 수리부엉이의 생태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에서

토끼를 잡는 장면을 두고 "조작" 논쟁이 있었지요.

사회학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스트레스와 충족되지 않는

욕망으로 찌든 현대인들은갈수록 더강한 자극을 원하고

있다는 걸 잘 압니다. 평범한 장면과내레이션만으로는

변덕스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오래 잡아둘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리부엉이가 눈앞에서 토끼를

낚아채는 극적 장면을 기획한 것 같더군요. 자연상태에서

그런 장면을 잡아내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에 촬영팀은

토끼를 도망 못가게 묶어둔 모양입니다. 다 밝혀진다면 어려서부터 보아온

수 많은 국내외 제작 자연생태 프로그램들은 적지않게 이런 설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걸 알게될 겁니다. 시청자들은 기만당했다고

야단이지만 설정없이 일생에 한번이나 만날 장면이 들어간

프로그램을 수십억 주고서 방송국이 구입했다면 과잉지출이라고

비난이 들끓겠죠. 인공사육하는 수달을 마치 자연상태의 수달인 양

꾸민 건 시청자를 기만한 것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수리부엉이 설정의

문제는 사실 시청자의 구미에 맞추려는 프로그램 제작자의 타협내지는

순응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사진도 이런 설정의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고 봅니다.

보다 극적인 장면에 대한 수요는 도처에서 발견되지요. 공모전의

심사자, 멋진(?) 장면에 목 마른 사진갤러리 회원들,경쟁심에 불타는 사진가들,

일면 사진에 명예를 건 분들.... (다 그렇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다 보면 인위적 설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오로지 촬영자의 양심에 모든 것이

맡겨질 수 밖에 없는데 충분히 유혹에 빠질 수 있겠지요.

때로는 이런 행동이 새들에게 결정적인 피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새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게 좋다는 주장이

많습니다만 아이러니 하게도 타인의 눈이 없으면 설정의 유혹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게 됩니다. 누구나 견제가없으면 과잉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지요. 수 많은 사진가에게 폭 넓게 알려진 남이섬의

까막딱다구리 호반새 파랑새 흰눈썹황금새는 적어도 심하게 사람의 손을

탄 경우는 없어 보입니다.다행스럽다고 해야겠지요.

 

평범한 사진에 공감할 수 있는 아이같은 눈으로 다시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극적인 장면을 담겠다는 쓸데없는 욕심은 버리고

지내렵니다. 남의 사진을 볼 때 거기에 담긴 사진가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선한 노력 그리고 균형잡힌 열정을 읽으려고 힘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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