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눈 앞에 보이지 않게 되면 점차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나중에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싶고 신화처럼 되는 것 같다.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는 황새류는 두 가지인데 그가운데 하나인 먹황새는
1968년까지만 하더라도 안동시 도산면 강송리 절벽에서
번식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낙동강 상류지역이 광산개발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고 먹이가 사라지자 더 이상 새도 살 수 없게 되었다.
90년대 말에 전남 함평에 대동저수지를 만든 이후로 다시 먹황새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여러 마리가 함께 관찰되기도 한다.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소식이 없다.)
이번에 어쩌다가 먹황새가 낙동강 상류지역에
나타났다. 둘러보니 상류지역의 물은 맑은 편이나 여느 곳처럼
쓰레기로 오염되어 가는 모습이다. 폐비닐, 드럼통, 플라스틱류 등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공사하는 곳도 있었고..
먹황새가 이런 환경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하니 갑갑해져 온다.
조언을 듣고 갔지만 먹황새를 만나 사진도 담고 생태를 관찰하느라고
돌아나오는 길도 없는 제방길에 올라갔다가 당황하기도 했고
(잡목에 차 옆구리 엄청 긁혔음. ㅠ.ㅠ) 또 새의 활동반경을 확인하느라
서울에서 인천 정도 거리만큼 더듬은 거 같다.
황새류가 흔히 그렇듯이 100에서 150미터 정도 거리에 위험요소가 있으면
새는 날아간다. 그러니 근접샷을 담겠다는 잔인한 야망같은 건 버리는게
새에게도 좋고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본다. 먹황새와 처음 대면했을 때
받은 인상은 왜가리보다 조금 큰 몸집을 하고 있었고 움직임은 민첩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왠지 은자의 분위기가 전해져 왔다.
깃털은 방향에 따라 녹색 혹은 보라색 광택이 도는 검은색이었다.
피사체 자체가 어둡고 얼굴의 윤곽도 분명치가 않아서 멋스러운 사진을
담는다는 건 거의 기대 안하는게 좋겠다. 요즘은 계절적으로
맑은 날이라 해도 한낮까지 약한 연무같은게 남아 있는데
이게 사진에는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장애가 된다.
산뜻한 사진은 이런 상황에서는 얻기가 힘들다.
새가 있는 강바닥까지도 사람들이 뭘 채취하는지 들어가곤한다.
그들은 요즘 무슨 새가 그 지역에 와 있는지 전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 생활이 먼저지 새 따위에 관심을 갖는 건 또 다른 형태의
허영이자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묵언의 시위일까...)
먹황새가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겨도 별로 부리에 걸리는 게 없어 보였다.
송사리 크기만한 고기를 먹는 것 같은데 이 지역에서 더 이상
광산활동이 중지되어 물도 맑아지고 생태가 되살아나는 것인지 궁금하다.
먹황새가 건강하게 월동할 수 있다면 일단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고기들이 제법 있는 제한된 지역에서 먹황새가 마치 쇠백로처럼
민첩하게 날개를 펄럭이며 먹이사냥을 하는 모습을 숨을 죽이며
바라보았다. 거의 춤에 가까운 동작이었다. 본능적인 기쁨의 안무...
잡아낸것은 송사리같은 고기였다. 저 몸집에 저거나 먹어서 지탱이 될까....
먹황새는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승기류의 강도가 얼마나
되는지 그날도 점검을 하고 있었다. 십여회 선회비행을 하면서
바람을 탔다. 머지않아 먹황새는 떠날 것이다.
겨울에 다시 또 오려나? 꼭 와야 하는데.....
귀한새가 찾아왔다는 것은 기쁨이지만 현장에 가서 확인한 것은
안스러움과 새로운 불안감이다.
먹황새가 찾지않는 낙동강이라면 난 그 강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
쓸데없는 고집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 투정을 해본다.
귀경길 참 멀고 지루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왔으니다시 먹황새는 신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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