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방울새는 참 만나기 어려운 새였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그랬죠.
천수만 대섬 근처, 외연도 선착장 부근,
올림픽공원, 강릉 남대천...
간헐적으로 한 마리씩 발견되어 사진에 담기곤 했습니다.
운이 없다고여겨지는다른 분들은 거의 만날 기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2월에 흑산도에서 20여 마리가 발견되어
증거사진 정도로담겼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경기도
장산리에서 한 무리가발견되었습니다. 많이 보일 때는
30여 마리 정도가 일본잎갈나무(낙엽송) 숲으로 날아들었습니다.
솔방울에 매달려서 씨를 꺼내 먹더군요. 좀 까다로운 식성을
가진 듯 했습니다. 전봇대 두개 정도의 높이에서 활동을 하고
아래로는 잘 내려오질 않았습니다. 북아메리카에서는
땅바닥이나 덤불에서 먹이활동을 하던데... 인공먹이통(feeder)에도
잘 매달리고 말입니다. 시베리아에서 놀던 새들이라서
스케일이 큰가 봅니다.ㅎ
비가 온 다음날부터는 북상을 했는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 서운하네요.
홍방울새는 좀서정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새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의 시 '이니스프리의 호수섬
(The Lake Isle of Innisfree)'에 홍방울새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말로는 같은 홍방울새이지만 시에서 등장하는 홍방울새는
linnet으로 지금 소개하는 홍방울새 common redpoll과는 친척 쯤
되는 관계에 해당됩니다.이니스프리의 호수섬에 담긴 자연 속의 삶은
시로서는 얼마나 서정적이고 아름답습니까... 그래서 홍방울새를 그렇게
기억했던 것이지요.
The Lake Isle of Innisfree
William Butler Yeats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a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이니스프리의 호수섬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욋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으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한낮엔 보라빛 환한 기색
저녁엔 홍방울새의 날개 소리 가득한 그 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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