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은 곳곳에 매력이
숨어있다.
새를 보기 위한 산행으로 시작해서
이제 매년 정례화되는 느낌이다.
등산로주변에 피어나는 야생화도
담아보고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높은 봉우리들도 담아보고...
숨은 가쁘지만 눈과 마음은
더욱 정화되는 것 같다.
잣까마귀는 북유럽서부터 시베리아를
거쳐 동아시아 지역까지 넓게
분포한다고 한다. 폴란드에서 담은
잣까마귀도 설악산에서 담은 잣까마귀와
생김새가 똑같다.
이렇게흔한 잣까마귀지만 우리나라에서는혹서기에
설악산을 올라야 그나마 만날 확률이 크다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
담으려면 무거운 장비를 메고 장시간
땀흘리며 산행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개 심각한 과제로 느껴지게 마련이다.
설악산은 만만한 산이 아니기에
각종 산악사고에 대비하는
마음의 자세와 사전준비는 필요하다.
지난해에는 병약한 녀석 한 마리가
한 달 정도대청봉 근처 등산로 부근을
배회하는 바람에 어렵지 않게 근접촬영을
했다고 한다. 회복해서 떠나기 전까지는
등산객들도 지나다가 핸드폰으로 면전에
대고 촬영을 하곤 했다고 한다. [중청대피소
국립공원관리소 직원분이 전해준 내용].
올해는 그런 친절한 잣까마귀는 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상에 올라가 보니
사람이 서 있기도 어려울 정도로
강풍이 불었다. 그나마 지난 한달 동안
제일 좋은 날씨란다. 하루 더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아침부터 한낮까지 바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홀연 열 마리도 넘는
잣까마귀들이 나타났다. 눈잣나무 지역이
넓다 보니 아득하게 멀리 날아다닌다.
어제까지 강풍 때문에먹이활동을 제대로
못했는지 열심히 잣나무 열매를 따려고 애쓴다.
일단 열매를 얻으면 재빨리 멀리 도망가기에
담기가 용이하지 않다.그래도 날씨 하나는
참 좋았다.
.............
떠나오기 전에 바람꽃을 넣고 외설악의
풍광을 담으려 하니 잣까마귀가 근처 바위에
내려 앉는다. 왜 벌써 돌아가냐고 더 놀아달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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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직전의 아주 보기 힘든 새가 아니면
세월 가면 누구나 다 담게 마련이다.
한 두해 빠를 수도 있고 한 두해 늦을 수도 있고..
결국 조류사진은 300종 고지를 넘으면서 대개
엇비슷 만나게 된다.현재 더 많은 종을 담았다고
목에 힘줄 일도 아니다. 멋진 사진이란 것도그렇다.
어느날 아주 협조 잘하는 개체가 나타나게 되면
순식간에 더 보기 좋은 사진이 널리 퍼지게 되고 만다.
조류사진은 늘 겸손하라고 가르친다.
그 가르침을거스르면 결국 바보로 남게되는 것이
정한 이치이다.경쟁심에 사로 잡혀서 마음을
괴롭히기 보다는 자기가 만나는 새의 아름다움을
한껏 찾아 감상하고 이해를 넓히고 사진으로 구현하는데서
작은 기쁨을 찾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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