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이 성조 수컷의 깃털은
빛이 부족할 때의 어두운자주부터
햇빛을 받을 때의 광택나는
분홍까지 다양하게 변하는
오묘한 붉은색이다.
궁전이나 귀족의 성채에 깔아놓은
붉은 카펫보다 훨씬 생동감이 있고
품위가 있어 보인다.
정적을 여는소곤대는 지저귐이
먼 숲에서 들려오면
양진이들이 천천히 모습을 보인다.
그들이 없는 겨울 산자락 덤불은
마른 낙엽이나 이따금 바스락거릴 뿐
다소 쓸쓸했을 것이다. 칼바람만
휘이 스쳐갈테니 말이다.
눈 쌓인 날 인적조차 드문 밤에는
꿈길로 양진이를 만나러 떠난다.
마음 속에 부는 찬바람을 잠재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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